한재림 감독의 2017년 영화 『더 킹』은 대한민국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를 통렬하게 풍자한 정치 드라마이자 범죄 스릴러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실제 한국 사회에서 벌어졌던 정치 스캔들, 검찰 권력의 부패, 언론과 권력의 유착 등 다양한 소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풀어내며, 블랙코미디적 요소까지 가미한 웰메이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조인성과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등 강력한 캐스팅과 더불어, 정치권력의 민낯을 파헤치는 흡입력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줄거리 요약: 권력을 향한 질주
영화 『더 킹』의 주인공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 태수(조인성 분)다. 가난하고 억눌린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힘 있는 놈이 왕이다’라는 깨달음으로부터,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마침내 검사가 되고, 검사로서의 권력과 명예를 누리기 위해 점차 야망의 길로 들어선다. 검사 생활 초반의 태수는 원칙주의자처럼 보이지만, 권력의 달콤함을 경험하면서 점차 부패의 길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검사 조직 내 실세인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한강식은 정치와 기업, 언론을 쥐락펴락하는 이너서클의 핵심 인물로, 태수를 자신의 수하로 끌어들인다. 태수는 검찰 내부 권력 싸움과 정치 개입, 대기업 비리 덮기 등에 관여하면서 승승장구하지만, 동시에 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결정적인 스캔들로 한강식 조직이 위기를 맞게 되고, 태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영화는 그가 권력의 희생양이 될지, 아니면 판을 뒤집을 주인공이 될지를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이끈다.
영화 배경: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추다
『더 킹』은 단순한 픽션이 아닌, 실제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1990년대 검찰 권력의 팽창, 대기업과의 유착, 정권 교체에 따라 흔들리는 권력 지형 등은 우리 사회가 겪어온 현실이다. 특히 영화 속의 여러 장면은 실제 정치 스캔들(예: BBK, 국정농단, 검찰 인사 로비 등)을 연상시키며 관객에게 현실적 불편함과 묘한 쾌감을 동시에 안긴다. 검찰 조직 내부의 파벌 싸움, 비공식 권력의 존재, 돈과 정치의 결탁 등은 영화적 과장이 아니라, 관객들이 체감했던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감독은 이러한 현실을 날카롭게 조명하면서도 유머와 블랙코미디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무겁고 어두운 소재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다. 특히 당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와 사회 분위기가 맞물리면서,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현실 풍자극으로서의 의미도 크게 부각됐다. ‘진짜 왕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영화 속 이야기지만, 관객 각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감상 포인트: 배우들의 연기와 완성도 높은 연출
『더 킹』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는 단연 배우들의 캐릭터 몰입과 연기력이다. 조인성은 주인공 태수를 통해 ‘무력한 서민’에서 ‘권력에 중독된 검사’로 변화하는 복잡한 감정선을 밀도 있게 표현한다. 정우성은 냉철하고 위압적인 권력자 한강식을 맡아 극 전체를 장악한다. 젠틀한 외면 뒤에 감춰진 잔인함과 전략적 사고는 정우성 특유의 카리스마로 설득력 있게 구현된다.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등 조연 배우들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권력과 현실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연기해 영화의 입체감을 더한다. 연출 측면에서도 한재림 감독은 빠른 편집과 플래시백 기법, 내레이션을 적절히 활용해 영화의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음악 또한 정치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더 킹』은 권력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실체감 있게 구현한 작품이다. 한 개인이 어떻게 권력에 매료되고, 권력에 의해 변질되며, 결국 그로 인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권력 구조와 그 안의 인간 군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적 영화다. 빠른 전개와 날카로운 메시지,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사회비판적 오락 영화의 대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권력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면, 『더 킹』은 꼭 한 번 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