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감독 양익준은 영화감독, 배우, 시나리오 작가, 편집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감독입니다. 독립영화로 출발하여 상업영화와 드라마에도 진출했습니다.
양익준은 2009년에 개봉한 영화 똥파리를 통해 단순히 연출만 한 것이 아니라, 각본, 제작, 편집 그리고 주인공 역할까지 직접 맡았습니다. 감독 자신의 실제 거친 가정환경에 경험한 성장통을 영화에 녹여냈습니다. 어린 시절 겪은 불편한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주인공 상훈을 통해 세상밖으로 펼쳐낸 것입니다.
<똥파리>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으면서 국내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009년에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타이거 어워드를 수상하고, 도빌 아시아영화제, 도쿄 필름엑스, 시카고국제영화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과 초청을 받았습니다. <똥파리>는 양익준에게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독립영화감독으로 인정받았고, 그의 연출력과 연기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줄거리
이 영화는 감독 양익준이 감독과 각본도 쓰고 주인공을 연기했습니다. 감독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각본도 훌륭한데, 주인공의 강렬한 연기와 대사까지 뛰어나다는 평을 받으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주인공 상훈(양익준)은 폭력과 심한 욕설이 일상인 채권추심원으로 나옵니다. 유년시절부터 잦은 폭력과 욕설에 노출된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그로 인해 인생 전체가 폭력과 분노와 증오로 가득한 인물입니다. 유년기에 아버지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폭행하는 환경에서 성장했는데, 가정폭력으로 인해 여동생이 죽게 되고, 그로 인해 어머니 마저 정신적인 충격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서 상훈 또한 불안정한 심리상황이 되어 버렸고, 아버지와는 인연을 끊은 채, 겉도는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훈은 거칠고 폭력적이지만, 상훈 또한 마음의 상처와 아픔이 많은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훈은 고등학생 연희(김꽃비)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상훈은 아무 이유 없이 길에서 연희에게 폭언을 하고 침을 뱉습니다. 연희는 무례하고 불쾌하게 구는 상훈에게 당돌하게 대응합니다. 상훈은 당찬 연희의 모습에 당황하지만 두 사람은 점차 묘한 인연으로 이어집니다. 연희 또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고, 연희의 아버지는 군 복무 중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며 상처를 주고, 오빠마저도 가족을 폭력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연희도 상훈 못지않게 가족에 대한 분노와 아픔을 안고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이런 상처와 아픔들이 두 사람의 동질감을 만들어냅니다.
처음에 상훈은 연희가 말대꾸만 잘하는 아이로 생각했지만, 연희가 겪은 가정폭력과 아픈 현실에 대해 알게 되면서 연민과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전까지는 사회에서 겉도는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연희에게는 인간다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연희 또한 생각보다 상훈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상훈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나마 힘든 현실에서 숨통을 튀여주게 됩니다.
그동안 가족들과도 외면하면서 살았던 상훈이 아버지와 마주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폭력에 대해 후회나 사과를 하지 않고 오직 변명만 늘어놓는 모습을 보자, 상훈은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게 됩니다. 이후 상훈은 버거운 삶에 지쳐가게 되지만, 연희와의 관계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훈은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 사건이 그의 인생을 처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상훈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의 죽음은 그가 벗어나지 못했던 가정폭력과 상처의 순환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상훈의 죽음 이후에 연희는 상훈이 남긴 편지와 추억을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나 혼자 해결하기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타인으로 인해 실타래를 풀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결말이 비극적이긴 하지만 연희를 보면서 희망이라는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입니다.
메시지
가정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일들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가정폭력과 같은 폭력은 자식에게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매우 큰 문제입니다. 상훈이와 같이 상처와 분노가 있는 사람들이 폭력의 대물림으로 인해 욕설과 폭력을 일삼는 것이 어쩌면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또 다른 표현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폭력과 상처로 얼룩진 사람도 사랑과 공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할 수 있으며, 인생은 잔인하지만 또 그 안에 따뜻함이 있는 것처럼 행복과 불행도 공존한다는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