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영화 마약왕은 실존 인물 ‘이황순’을 모티프로 제작된 작품으로, 1970년대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을 그린 누아르 영화입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정권, 부패, 생존 본능이 얽힌 시기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상승과 몰락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2024년 현재, 정치와 자본의 유착이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마약왕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마약왕의 줄거리와 감독 연출, 배경과 특징을 통해, 이 영화가 2024년에도 유효한 이유를 분석합니다.
1. 감독의 연출
우민호 감독의 연출 시선과 시대 선택
마약왕은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등으로 정치 권력과 부패의 구조를 집요하게 탐구해 온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작품입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정치, 언론, 재벌, 밀수꾼이 얽힌 1970년대의 ‘거대한 거래’를 스크린 위에 펼쳐냅니다.
주인공 이두삼(송강호)은 부산 세관에서 시작해, 일본을 상대로 한 금 밀수, 이어 마약 밀매로 이어지는 범죄의 정점까지 치솟습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두삼이 가진 캐릭터의 이중성—가족을 위하는 가장이자, 사회를 병들게 한 범죄자—을 섬세하게 연출하면서,
한 인물의 야망과 시스템의 부패가 어떻게 공생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묘사합니다.
이 영화는 단지 한 마약상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적 후원, 언론의 침묵, 수출 지상주의 정책 속에서 범죄가 산업이 될 수 있었던 시기를 고발하는 구조적 이야기입니다.
2. 줄거리
마약 산업과 정치 권력의 공모
이두삼은 처음엔 금을 몰래 운반하는 밀수꾼이었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사업 수완과 적절한 인맥 관리로, 그는 마약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히로뽕’이라는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게 됩니다.
이 마약 산업은 단순한 범죄가 아닌, 정치권력과 재벌, 군사정권의 경제 성장 프레임 안에 들어 있는 부패의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이두삼은 권력층과의 결탁으로 인해 체포되지 않고, 오히려 애국자처럼 대접받기도 합니다.
심지어 “외화벌이의 선봉”이라는 명분 속에서 국가도 암묵적으로 그의 범죄를 눈감습니다.
하지만 성공에는 그림자가 따릅니다.
이두삼은 가족과 멀어지고, 조직 내 배신이 시작되며, 결국 언론과 정권의 필요에 따라 제거당하는 수순을 밟습니다.
영화는 야망에서 시작해 권력의 희생양으로 끝나는 남자의 비극을 통해, 국가 시스템 속 부패의 순환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3. 배경과 미장센
부산의 시대성, 70년대의 질감
마약왕은 대부분 부산과 그 주변을 배경으로 촬영되었습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당시 국제무역과 항만 경제의 중심지였으며, 불법과 합법이 공존하는 도시로서 영화 속 부패 구조의 무대가 됩니다.
특히 영화는 1970년대의 질감을 시각적으로 되살리는 데 큰 공을 들였습니다.
따뜻한 브라운 톤의 색보정, 복고풍 의상과 헤어스타일, 낡은 간판과 지하 거래 장소 등은
시대적 분위기를 넘어 당시의 공기를 체험하게 합니다.
이 시대적 디테일은 단지 배경 장식이 아니라,
“왜 그 시기였는가?”, “왜 부산이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설득력을 제공합니다.
또한, 이두삼의 저택, 마약 공장, 비밀 창고 등은 공간 자체가 캐릭터를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되며,
그의 내부 심리와 몰락의 과정을 장면 하나하나에 상징적으로 녹여냅니다.
4. 결론
2024년에 다시 보는 이유
2024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부패한 권력, 정의를 외면한 시스템, 돈과 권력의 결탁을 뉴스로 마주합니다.
마약왕은 과거를 다룬 영화지만,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현재를 들이대는 거울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두삼이라는 인물은 단지 ‘마약상’이 아니라, 시스템 속 생존자이자 시대의 산물이었습니다.
그의 부상과 몰락은 개인의 선택인 동시에, 사회의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마약왕은 범죄 드라마이자 역사극이며, 동시에 정치 풍자극입니다.
우민호 감독은 이를 통해 우리가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